野,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3분만에 특검 처리… 與 “입법 독재”

  • 김용식 기자
  • 발행 2024-07-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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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
여당 의원 안철수 '찬성'·김재섭 '반대'

여당, 개원식 불참 선언…대통령에게도 요청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갈등 최고조' 전망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다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소수당인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마지막 저항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야당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 22대 국회 들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결국 '개원식'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전원 본회의장을 퇴장했지만, 이 가운데 표결에 참여한 안철수·김재섭 의원은 각각 찬성과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진상규명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에서 수색 작전을 실시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한 해병대원이 순직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하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특검법을 관철시킨 바 있다.

여당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특검법 내용에 포함된 '독소 조항'으로 인해 특검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특별검사 후보자' 선정에 국민의힘을 제외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한 명씩 추천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또한 특검팀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는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자칫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김재섭 의원은 반대, 안철수 의원은 찬성에 투표했다. 2024.07.04.

동의안'으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하루(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24시간 이후 토론 강제 종료 가능)의 시간만 버는 데 그쳤다.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우원식 국회의장은 토론 종료를 알렸고, 곽규택 의원의 토론 발언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의장석 앞으로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여당의 집단 항의에도 불구하고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표결을 강행하자, 이에 반발해 본회의장에 퇴장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오는 5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 태도 변화 없이는 국민의힘은 당초 5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여당 없는 개원식에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 내일 개

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마실 것을 요청한다"고 선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결국 여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개원식 불참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결국 국회의장 공보수석실은 개원식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초 윤 대통령이 특검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개원식에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며 책임론을 여당에 돌렸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특검법이 통과된 마당에 대통령이 국회에 오기 좀 껄끄럽지 않았을까 싶다"며 "특검법이 통과되는 상황이 기정사실화 되는 그 순간에 대통령실에서 불참 가능성이 흘러나왔고, 국민의힘이 어떤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사법테러 규탄대회' 에서 국회 개원식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중단되자 국민의힘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나왔다. [사진=뉴시스]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문제는 갈등이 더욱 고조될 분수령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이후, 미진할 경우 자신이 직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자, 대통령실은 특검법 통과 직후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라는 격양된 반응을 내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수순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미 지난 5월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번에 또다시 민심을 거역하고 특검을 거부한다면 다음은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할 차례가 올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와 재표결이 진행돼도 또다시 부결돼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행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표결에선 총투표수 294표, 찬성 179표, 반대 111명, 무효 4표로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인 만큼 4·10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들의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의결정족수 196명에 미치지 못했고 급기야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더욱이 22대 국회에선 지난 국회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 등 5명 중 안 의원만 생존한 상태다. 사실상 여당(108명)에서 7명(안 의원 찬성)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이미 '단일대오'를 형성한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오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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