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日서 환수… 덕수궁서 첫 공개

1910년 뤼순감옥에서 제작…국제법 무력함에 대한 깊은 회의 담아

광복절을 맞아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남긴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가 일본에서 환수되어 덕수궁 중명전에서 처음 공개됐다. '만국공법, 즉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을 담은 이 유묵은 1910년 뤼순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안 의사가 느꼈던 국제 사회의 무력함과 법적 한계에 대한 깊은 회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종이에 쓰인 이 작품은 세로 196.8㎝, 가로 44.8㎝ 크기로, 행서를 바탕으로 해서와 초서를 혼용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 작품 좌측 하단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손도장과 함께 '경술삼월 어려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순국일인 1910년 3월 26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제작된 진본임이 확인됐다.

▲ 安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日서 환수… 덕수궁서 첫 공개


특히 이 유묵은 뒷면에 적힌 묵서를 통해 최초 소장자와 전승 경로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어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기록에 따르면 뤼순감옥 형무소장이던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소장했던 것을 이후 다른 인물이 물려받아 보존하기 위해 표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묵의 존재는 지난해 5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처음 확인됐으며, 국가유산청의 지원과 복권기금을 활용한 협상을 거쳐 지난해 11월 국내로 반입됐다.

이번 언론 공개회에서는 안 의사의 인애(仁愛) 정신을 보여주는 보물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함께 선보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광복절을 앞둔 뜻깊은 시점에 안중근 의사의 독립과 평화에 대한 열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께 공개하게 돼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공개를 통해 선열들의 광복을 위한 염원과 헌신을 되새기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정혜 국외재단 이사장 역시 "앞으로도 국가유산청과 함께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발굴·환수해 그 가치를 국민과 함께 널리 공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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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