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와 국가재무제표상 부채는 전혀 달라…국가 부채 오해와 진실
‘나랏빚 2000조 육박 GDP첫 추월, 재정건전성 적신호, 1인당 국가채무는 1635만원?’
지난 6일 기획재정부가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안을 발표한 이후 주요 언론들이 잇따라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타이틀만 보면 정부가 대응을 잘못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고,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 킬 수 있다.
과연 사실일까? 기획재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국가채무와 국가재무제표 상 부채는 전혀 다르며,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하며, 1인당 국가채무 계산법은 틀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의 공식 보도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나랏빚 2000조 육박, GDP 첫 추월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6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이다. 이는 같은 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924조5000억원의 44% 수준이다. 그럼 나랏빚이 GDP를 추월했다는 계산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날 정부는 국가재무제표 상 부채(국가부채)가 198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국가부채를 ‘나랏빚’으로 해석하면서 혼선이 야기됐다.
기획재정부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채무와 국가재무제표 상 부채는 전혀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부채는 국가와 지자체가 상환 의무가 있는 ‘확정부채(717조6000억원)’와 ‘비확정부채(1267조7000억원)’로 구성되는데, 비확정 부채에는 연금충당부채가 총 부채의 절반이 넘는(52.6%) 1044조7000억원이 포함돼 있다”며 “연금충당부채는 공직자·군인 재직자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므로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즉,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것으로 통상 ‘나랏빚’으로 부르고, 국가부채는 이같은 국가채무에 앞으로 줘야 할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한 것인만큼 재무제표상 부채를 나랏빚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채무는 주택담보대출금처럼 갚아야 하는 빚인 반면, 부채는 헬스장 연회비처럼 헬스장이 문을 닫기 전에는 돌려줄 필요가 없는 ‘잠재적 채무’”라며 “국가채무는 종래 발표한 대로 846조9000억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재정 건전성 적신호가 켜졌다?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7일 ‘2020년 결산안, 논점 3가지’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는 재정수지 적자규모를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재정수지 전망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일반정부수지) 적자비율은 -3.1%로 선진국 평균 -13.3%, 세계 평균 -11.8%보다도 훨씬 낮았다. 즉, 세계각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확장재정으로 전년에 비해 GDP의 10% 이상 재정적자를 본 반면 우리나라는 재정수지 적자비율이 선진국의 1/4, 세계평균의 1/3에 머물렀다. 이는 선진국들의 25% 수준의 재정 투입만으로도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을 보면 총 수입은 8조1000억원 증가하고 총 지출은 4조8000억원이 감소해 통합재정수지는 추경대비 -84조에서 -71조2000억원으로 개선됐다”며 “이는 지출 불용액이 증가해 개선된 통합재정 수지가 아니라 수입 증가로 인한 재정수지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정부부채 증가 속도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느린편에 속한다. 전년대비 2020년 일반정부부채 변화 폭을 보면 우리나라는 6.2%포인트(41.9%→48.1%)로 선진국 평균 17.9%포인트(104.8%→122.7%), 세계 평균 14.1%포인트(83.5%→97.6%)보다 작다.
기획재정부도 확장재정으로 인한 일시적 채무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위기 조기극복과 경제 역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성장률은 -1.0%로 미국(-3.5%), 일본(-4.8%), 독일(-5.0%), 프랑스(-8.2%), 영국(-9.9%) 등 주요국 대비 역성장폭을 최소화시켰고, OECD 등 국제기구도 우리나라의 확장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다만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속도와 중장기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서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가채무는 1635만원이다? 아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해 1인당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채무가 1635만원으로 1년전 1409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채무를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5178만명)로 나눠 산출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2020년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 중 정부가 발행한 국채 관련 채무는 815조2000억원으로 국가채무에 대한 채권자의 85%가 국민”이라며 “예를 들어 내가 아들에게 100만원을 빌려줬다면 나는 채권을, 아들은 채무를 갖고 있는 것인데, 채권자와 채무자를 섞어 이를 2인 가구 1인당 부채 50만원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 풀어보면 국가가 국민에게 빌려서 국민을 위해 쓰는 돈인데, 이것을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라고 부른셈이다.
이 위원은 이어 “1인당 국가채무를 따져볼 땐 적자성 채무에 대해서만 계산해야지 채무총액을 단순히 인구수로 나누면 틀린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계산은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배근 교수도 이와 관련해 “1인당 국민 부담 채무는 846조9000억원 중 61%인 518조로 1000만원에 불과하다”며 “반면 1인당 나라 자산은 4810만원으로 정부는 채무만 있는게 아닌, 자산이 2490조원이 넘는다. 1985조의 부채가 있다고 2490조원을 물려받지 않을 국민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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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